벌써 여행의 다섯째날이다. 어제밤 고심끝에 일정표상의 아소산을 제외하기로 하고 조금은 늦게 기상을 한다.

구마모토에서의 일정도 어제 대부분 둘러봤다고 생각했고, 해서 느지막히 아침식사를 마치고 전차를 타고 구마모토역으로 향했다.


10시 30분쯤 구마모토역에서 오이타를 경유해서 벳부로 가는 열차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일정표에서 11:37분에 구마모토를 출발해서 아소, 오이타를 거쳐 벳부로 가는 열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10시 30분쯤 벳부로 가는 규슈횡단특급이 있어서 다행히 그것을 이용했다.



구마모토에서 벳부는 열차로 세시간가량이 소요된다. 열차안에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다. 물론 평일이라서 그런것도 있을 법하다.

구마모토에서 벳부로 가는 시간이 긴 탓이라, 잠깐 정차하는 동안 플랫폼으로 나가 담배라도 한대 피울까 하고 나갔다가 출발한다는 신호를 보고 바로 들어왔다. 이걸 불쌍하게 본 승무원이 다가와서 객차 1호실 쪽으로 가다보면 흡연실이 있단다. 이게 왠말인가. 객차 1호실 쪽으로 걸어가다보니 객차들 사이에 조그맣게 유리로 흡연실을 만들어 뒀다.



우리나라에도 강원도쯤에 열차가 지그재그로 운행하는 곳-스위치 백-이 있다는데, 일본에서 처음 그 기차를 이용했다. 말그대로 열차가 산을 넘어서 가야할 때, 자동차처럼 산을 한바퀴 빙돌면서 갈 수도있도록 선로가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열차가 진행하는 방향이 "之" 처럼 산을 왔다갔다 하면서 진행한다. 나름 즐거운 첫 경험이다.





처음에는 이렇게 손님들이 간간히 보인다



탱크를 몰고 다니는 승무원도 보이고, 기차안에서 점심시간을 맞아서 도시락도 하나 사먹고 나중에 손님이 뜸할 때가 되면 저 승무원한테서 여행기념 스템프도 받을 수 있다.



기차여행중에 하늘이 심상치 않다.



그러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큐슈횡단특급은 이렇게 전형적인 일본의 시골을 거쳐서,



바로 옆으로 우거진 숲을 지나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하늘이 말게 개었다.



아소와 오이타를 지나고 나면 이렇게 손님이 거의 없어졌다.

벳부에 도착해서 벳부역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호텔에 체크인을 하러간다. 열차에서 내리는 중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지길래 프론트에서 우산을 빌릴 수 있겠냐고 하니, 흔쾌히 예스라고 대답한다.
막상 호텔방에 짐을 넣어두고 나오다가 이 정도 비는 맞아주면서 다니는 것, 또한 여행자의 특권이리라. 떨어지는 가랑비를 맞으며 벳부역으로 가서 인포메이션에서 몇가지 무가지를 받아들고 관광을 나선다.

관광안내도를 들고 처음 찾은 곳은 벳부지옥순례. 일단은 벳부역 관광안내소에서 900엔짜리 원데이 프리패스를 구매해서 역앞에서 버스를 탄다. 버스종점에서 하차해서 조그만 안내표지를 따라 가면 벳부지옥순례를 시작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에서 가장 가까운 시라이케지옥부터 길을 따라갈 수 있다. 지옥순례코스에는 늘 매표소가 있고, 해당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지불하고 들어갈 수 있고, 매표소 어디든 비교적(?) 저렴하게 패키지표를 팔기도 한다. 지옥순례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므로 시간을 고려해서 몇군데를 돌아보든지 패키지 표를 구해서 다녀도 되겠다.



버스 정류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시라이케지옥





금룡지옥이 있는데, 이 곳은 패키지권으로 입장이 되지 않는 곳이다. 별도로 표를 구입해서 입장.







오니야마 지옥



이곳에서는 온천수를 이용해서 악어를 키운다.



기념사진 한방찍어주고.



카마도지옥, 한국인 관광객이 꼭 찾는 곳이다.



한잔 마시고 10년 젊어진다는데,



이 날도 한국에서 온 단체 관광객이 꽉 찼다.







야마지옥 입구



하마도 볼 수 있다.



이빨이 꼭 바나나를 한입 깨문것 같다.







바다지옥.



여기서 문제. 숨은 그림 찾기 - 사진을 확대해서 숨은 그림을 찾아보세요.



오니이시 보즈 지옥





이렇게 지옥순례를 마치고 나면, 패키지 티켓에서 두개가 빠져있다. 나머지 두개의 지옥은 이곳에서 부터 약 3킬로 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므로 시간이 되면 가서 보면 되겠다. 다리가 아파서 패스.

지옥순례를 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바로 이거다.



편하게 관광을 마치고 나면 저렇게 냉방이 잘 되어있는 버스를 타고 다음 예정지까지 아주 편하게 갈 수 있는 것. 하지만 난 자유여행객이 아닌가. T_T;

지옥순례를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벳부역으로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야겠다. 싶어서 벳부시내(?)로 가기로 했다. 벳부역 부근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내는 전형적인 시골의 시내풍경이다. 좁은 골목을 몇군데 다니다 보면 성인만 출입할 수 있는 가게들도 눈에 보인다.

들어오라는데, 일본어를 못한다라고 하니,
아~ 여긴 일본인만 출입이 가능하다고 한다.
여기가 뭐하는데냐?
레이디 샵이랍니다. 설사입장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배낭을 메고 온 자유여행객에게는 다소 비싼 감이 없지 않은 가격이었다.

관광안내책자에서 본 벳부에서 유명한 온천을 찾았다. 몰론 벳부가 온천으로 유명한 곳이라 유명한 온천이 많지만 내가 가는 곳은 이름이 맞는지 모르지만 다케가와라 온천.



이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입욕료가 100엔이다. 우리돈으로 약 1000원 정도로 저렴하고 역사도 오랜 곳이다.
단, 수건을 사야한다. 200엔 쩝. 일본의 온천은 수건이 비치된 곳도 있지만 이렇게 수건이 없는 곳은 사야하므로 수건을 꼭 챙기도록 하자.



온천의 내부는 이렇다. 이곳에는 이브스키에서 해본 모래찜질도 할 수 있지만 이미 이브스키에서 해봤으므로 패스.



목욕을 마치고 온천앞에서 본 온천내부. 저 창문안으로 보이는 곳이 온천안이다. 옷을 갈아입는 곳에서 밖이 훤히 보인다. 물론 밖에서도 안이 훤히 보인다.
다만, 욕탕은 아래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야 하므로 온천욕탕은 보이지 않는다.
욕탕에는 물을 퍼 담을 수 있는 바가지외에는 비치된 것이 하나도 없다. 혼자서 낑낑대면서 대충 몸을 씻고 있는 모습을 본 동네 할아버지 덕분에 비누와 샴푸를 얻어서 씻을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온천을 나와 정면에서 우측대각선 방향을 보면 저기 불이 환하게 켜진 가게를 볼 수 있다. 하나는 70~80년대 전통음악과 식사를 함께 할 수 있는 곳과 무료안내소-저기가 레이디샵 안내소다-를 볼 수 있다. 저 복고풍 레스토랑도 이곳에는 아주 유명한 곳이라 저곳에 가보기로 했다. HITPARADE CLUB 벳푸에서는 유명한 라이브클럽이다. 입구에서 입장료를 내면 술과 뷔페식이 무료이며, 공연도 볼 수 있다.



입장료를 내고 자리를 안내받으면 이런 분위기다 스테이지와 무대 바로 앞에 자리를 잡고 맥주를 하나 주문했다. 그리고, 한쪽에 마련된 부페식대를 따라 음식을 챙겨와서 먹으면서 공연을 구경할 수 있다.



이렇게, 관객의 호응을 불러내면,



이렇게 공연장은 흥분의 도가니가 된다. ^_^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 오른쪽부터 PongPan, Mayu, Norihiko

PongPan을 아까 식당밖 온천앞에서 처음 만났다. 사진을 부탁해서 한장 찍어주고 이곳에서 우연히 다시 만났다. 그녀는 이곳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태국인이다.
부페코너에서 식사를 준비하는데, 나중에 제자들이 오면 같이 합석을 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해서 함께 식사도 하고, 술도 한잔 함께 할 수 있었다.



합석을 위해서 자리를 스테이지 반대편 2층으로 옮겼다.



오늘은 PongPan의 지나간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모인자리다.
얼마나 지났을까 꽤 많은 술을 마시고,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오늘은 PongPan의 생일이므로...



벳부역쪽으로 얼마를 걸어서 찾아간 한국식 술집. 주인은 이곳에서 공부를 한 유학생출신인 사장님.
때마침 학교의 해병대 전우회 모임이 있는 날이라고 한다. 안주를 추천받고 소주와 맥주, 일본식으로 퓨전화된 계란찜. 김치찌게를 안주삼아 우리는 또 한잔을 기울였다.



모두가 거하게 한잔을 한 뒤.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각자가 돌아갈 곳을 찾아 길을 나섰다.
PongPan은 오이타가 집인터라, 오이타로 가는 택시를 타고, Mayu와 Norihiko는 자전거를 끌고, 내가 묶은 숙소까지 배웅을 해주고 돌아갔다. 호텔로 돌아와서 금방 잠이 들었지만 걱정이다.

내일은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이면서 야간기차를 타야 하는 날이다.



전날 섞어 먹은 술때문에 기상이 걱정이었지만 그래도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마치고, 역앞에 도착해서-사실 길만 건너면 역이다- 사진한번 찍고,

오늘은 미야자키로 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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